뉴욕 필하모닉! 지머만과 함께하는 서울의 밤 리뷰

2025년 6월 27일과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뉴욕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선 깊은 울림과 감동의 예술적 사건이었습니다.

1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뉴욕 필하모닉은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 그리고 폴란드 태생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머만과 함께 무대를 채웠습니다.




6월 27일 – 베토벤의 속삭임과 베를리오즈의 광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장조 Op. 58

무대가 밝아지고 피아노 앞에 앉은 지머만의 손끝에서 정적처럼 시작된 첫 음은 단숨에 콘서트홀 전체를 사로잡았습니다.

1악장의 도입은 부드럽지만 명료했고, 그의 프레이징은 마치 말하듯 자연스러웠습니다. 특히 지머만은 템포를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음악의 호흡을 놓치지 않는 균형감을 유지했고, 살로넨이 이끄는 뉴욕 필은 그 긴장을 섬세하게 받쳐주었습니다.

2악장에서는 지극히 내면적인 독백이 펼쳐졌습니다. 피아노와 현악기의 대립과 조화, 긴장과 해소가 교차하는 순간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청중 전체가 몰입했습니다.

3악장에서는 기교적 과시 없이 절제된 해방감이 느껴졌고, 지머만의 연주는 “이 곡을 1,000번 넘게 쳐왔다”는 그의 철학이 느껴지는 단단한 통찰이었습니다. 앙코르 곡 없이 퇴장한 그의 모습은 예술가의 진지함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공연소식
뉴욕 필하모닉! 지머만과 함께하는 서울의 밤 리뷰


베를리오즈 – 환상 교향곡 Op. 14

후반부에는 뉴욕 필이 본격적인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살로넨의 지휘 아래 역동적인 프레이징, 구조적인 해석, 그리고 색채의 극대화가 돋보였습니다.

특히 4악장의 ‘단두대 처형’ 장면에서는 관객의 숨이 멎을 정도의 긴장감이 감돌았고, 5악장 ‘마녀들의 안식일’에서는 혼란 속의 질서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에너지와 정교함이 공존했습니다.

관객은 총 5차례의 커튼콜과 기립박수로 화답했으며, 일부 클래식 팬들은 “환상 교향곡은 이제 이 공연으로 기억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6월 28일 – 황제의 귀환과 틸의 장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둘째 날은 지머만의 또 다른 대표곡, ‘황제’ 협주곡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전날보다 더 단단하고 강인한 터치, 깊이 있는 레가토, 그리고 자신감과 위엄이 담긴 연주였습니다.

오케스트라와의 밸런스도 완벽했고, 살로넨은 지머만의 리드에 유연하게 반응하면서도 뉴욕 필의 풍성한 사운드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2악장에서 피아노의 테마가 나타날 때는 지머만 특유의 미세한 속도 조절과 섬세한 페달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어진 3악장에서는 활기차고 영웅적인 마무리로 콘서트홀이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살로넨과 뉴욕 필은 이 곡에서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움직이는 역동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틸의 장난기 넘치는 테마부터 단죄의 순간까지, 음악이 한 편의 오페라처럼 서사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특히 관악기들의 조화가 뛰어났으며, 팀파니와 현악의 리듬이 정밀하게 맞물리며 극적인 전개를 완성했습니다.


손유빈, 뉴욕 필에서 빛난 한국인 연주자

뉴욕 필의 플루티스트 손유빈은 이틀간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베를리오즈와 슈트라우스의 곡에서 플루트 특유의 색채와 민첩성을 완벽히 소화했고, 여러 구간에서 따뜻하고 서정적인 울림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공연 후 관객들과 나눈 사인회에서도 손유빈은 “한국에서 뉴욕 필과 함께 무대에 서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며 진심 어린 소감을 밝혔습니다.


음악은 감정과 철학을 넘는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프로그램 소화 이상의 예술적 메시지를 담은 무대였습니다.

지머만은 ‘소리’가 아닌 ‘의미’를 연주했고, 살로넨은 ‘기교’가 아닌 ‘서사’를 지휘했습니다. 뉴욕 필은 ‘무대’가 아닌 ‘공간 전체’를 음악으로 덮었습니다.

음악은 국경도, 언어도, 정치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던 예술의 순간이었습니다.


👏 관객 반응과 SNS 후기

공연 종료 직후, SNS에는 수많은 후기들이 쏟아졌습니다.

“지머만의 베토벤은 듣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살로넨의 베를리오즈는 전율 그 자체였다.”
“역대급 내한 공연. 클래식 역사에 남을 무대.”
“손유빈, 자랑스럽습니다. 뉴욕 필 속 한국의 숨결!”

2025년 여름, 서울은 클래식의 수도였습니다.

뉴욕 필하모닉과 크리스티안 지머만, 그리고 에사페카 살로넨이 함께 만든 이 이틀은 오래도록 기억될 예술의 찬란한 장면입니다.


글 천사 블로그

글 천사의 글 향기 블로그 입니다. 얼마나 좋은 정보를 나눌 수 있을지 몰라도 향기를 퍼 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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